휴일에 끌려나간(?) 태조산공원
천안으로 이사온 지 2년만에 집근처에 있는 태조산 공원을 처음 다녀왔습니다.
오랫만에 휴일을 맞은 마눌님께서 집에서 바로 보이는 성거산 산책로(?)를 다녀오자기에 오로지 걸어서 다녀와야 하는 집앞 등산로보다 가벼운 드라이브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태조산공원을 다녀오자고 꼬셨습니다.
딱히 그러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아침 저녁으로 지나다니던 길이었지만, 막상 공원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은 처음입니다.
특히 봄 내내 심각한 수준이었던 미세먼지 경보는 요 며칠 사이 잠잠해져 따뜻한 날씨에 맑은 하늘입니다.
무료로 운영되는 태조산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 걸어들어오는 길에도 사방이 녹색이네요.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올라가는데, 저 멀리 팬텀기가 보입니다.
팬텀기에 가까이 다가가보니, 천안함 축소 모형이 보이는군요.
처음에는 공원에 왠 천안함이지? 했는데 여기가 천안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오랫만에 보는 팬텀기는 역시나 거대했고
팬텀기 옆에는 F-5, 제공호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전쟁기념관에서나 봤던 전투기들을 보면서 뜻밖이라 생각했는데, 저 멀리에는 M110 자주포와 8인치 견인포가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M48 패튼 전차도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밀리터리 프라모델을 한참 만들었던 예전에는 이런 군장비들만 보면 수십~수백장씩 사진을 찍어대곤 했는데, 오늘은 가볍게 한 두장씩만 찍고 지나갑니다.
왠지 90년대 느낌, 태조산 공원 등산로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찾은 태조산 공원, 초입에 전시된 군용장비들 부터 뜻밖이다 싶었는데 산책로를 따라 조금 더 걸어올라가다보니 커다란 '인공암벽 등반장' 건물이 보입니다.
문이 열려 있어 슬쩍 들여다보니 클라이밍 시설이 갖춰져 있었는데, 동호회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인 듯 보입니다.
클라이밍장을 잠시 들여다본 뒤 다시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양쪽의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길이 꽤 분위기가 좋습니다.
포장된 길을 따라 좀 걸어올라가다 보면 세 갈래 길이 나오는데 저희는 잠시 살펴보다가 숲속으로 들어가는 오른쪽 길로 갔지만, 나중에 내려올 때 보니 왼쪽과 오른쪽 길은 서로 통하는 길이더군요.
갈림길 옆에 서 있는 비석의 문구는, 맞는 말이긴 한데 커다란 비석에 새겨져 있는 걸 보니 왠지 빵터져 키득거리며 올라갔습니다.
얼핏 봐도 세월이 느껴지는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갔고
여러번의 개보수를 거친 듯, 나무 계단의 형태는 다양하게 바뀌었고
나무 계단이 없는 숲속 길이 나왔다가
최근에 새로 만든 것 같은 나무 계단을 따라 뚜벅뚜벅 걸어올라갔습니다.
조금씩 가파르게 변하는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능선의 갈림길이 나타납니다.
왼쪽으로 5km를 걸어가면, 저희 집 앞산인 성거산으로 가게 되는군요ㅎㅎ
680m 남았다는 태조산 정상까지 평지에 가까운 숲속 길을 걸어가니
태조산 전망대 누각이 나타납니다.
1시간이 채 안되는 짧은 산행 끝에 천안이 내려다 보이는 태조산에 올랐습니다.
오랫만에 미세먼지가 없는 꽤 맑은 날씨라고 생각했는데, 저 멀리 풍경은 뿌옇게 가려져 있어 살짝 아쉽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주변을 좀 더 찬찬히 둘러보니 야영장이라는 안내판이 곳곳에 보였습니다.
제법 넓은 면적의 야영장도 보였고, 또 다른 곳에는 데크까지 줄지어 만들어져 있었기에 집 근처에 야영할 수 있는 시설이 있나? 싶었는데 좀 더 둘러보니 현재는 운영되지 않는 시설로 보였습니다.
현재는 수도나 전기 시설이 없이 방치되고 있는 시설처럼 보였습니다.
수도나 전기가 없더라도, 야영은 할 수 있는 곳인지 궁금한 마음에 천안시시설관리공단(041-529-5000)으로 전화를 걸어 물어봤는데, 야영장 운영은 이미 오래전부터 중단했고, 현재는 개별 야영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아울러 태조산공원 안의 야영장은 재운영 계획도 없다고 하는데, 대신 태학산 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을 이용해 볼 것을 안내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시간 남짓한 산행과 되돌아오는 길을 포함해 두 시간 정도의 태조산 산책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90년대 느낌의 공원 시설들(검색해보니 87년 개장)과 이제는 운영하지 않고 비워진 건물들이 좀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숲이 울창한 공원과 등산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활기찬 느낌이었고, 무엇보다 집 근처에 녹색이 우거진 공원이 있다는게 행운이다 싶은 곳이었습니다.
봄가을의 풍경도 참 근사한 곳이라는데, 천안에 온 지 2년만에 처음 찾은게 좀 아까웠고, 종종 찾아야겠다 다짐(!)을 하며 내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