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황부자 칼국수, 재오픈
2021년 겨울 즈음, 대전 황부자 칼국수를 처음 방문한 뒤로 두 세번 더 방문해 칼국수와 물총, 해물파전 등을 먹곤 했습니다.
사실 대전에는 오씨 칼국수, 대선 칼국수, 옥수 칼국수 등 쟁쟁한(?) 칼국수 집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황부자 칼국수의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맛과 탱글한 면발을 1순위로 꼽곤 했습니다.
그렇게 대전을 찾은 지인들에게도 추천하곤 했던 황부자 칼국수였는데, 언젠가 다시 시원한 칼국수 국물이 생각나 찾아가보니, 생뚱맞은 건축자재점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애정하던 맛집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아쉬움이 꽤 컸고, 어디 다른 곳으로 이전했나 싶어 가끔 검색도 해봤지만 딱히 소식을 알 수 없어 안타까웠던 차에, 대전 토박이 지인으로 부터 황부자 칼국수가 다시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가봤습니다.
깜깜한 저녁, 네비에서 알려주는 대로 따라 왔는데, 딱히 식당은 보이지 않는 분위기라 살짝 당황했지만, 길하나를 건너자 널찍한 주차장에 새로 지은 황부자 칼국수 건물이 나왔습니다.
참고로 그 날 네비게이션은 한밭대교 쪽에서 오정로 -> 옛신탄진로의 코스로 안내했는데, 큰 길에서 지하 차도 옆길로 빠진 뒤 우회전하는 코스가 전체적으로 좁고 어두워 이 길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깔끔하고 넓은 주차장과 새로 지은 건물로 들어서니, 25개 남짓한 테이블이 넓직하게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대전 토박이 지인으로 부터 안내받아 다니는 대전 맛집들이 대부분 오래되고 낡은 건물에 뒷 테이블 사람과 의자가 부딪힐 정도로 좁고 복잡한 곳이 대부분인 반면, 황부자 칼국수는 예전부터 깨끗하고 넓은 실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차림표에는 황부자 칼국수, 오징어 쟁반국수, 물총과 해물파전 등 예전에도 익숙한 메뉴들과 함께 연탄구이 돼지고기가 추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연탄구이 돼지고기를 시키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연탄불고기와 칼국수가 주 메뉴인 옥수 칼국수와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가격은 2011년 당시 포스팅을 보니 1인분에 2000원 남짓 오른 것 같은데,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시대에 3년 전 가격표와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2021.11.08-대전 황부자 칼국수의 칼국수와 물총. 탱글한 수타면발, 시원 칼칼한 국물
황부자 칼국수 2인분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자, 냄비에 담긴 조개 육수가 나왔습니다.
얼핏 보이는 비주얼은, 예전에 비해 국물 색이 많이 진해졌다는 느낌과 더불어 다진 마늘이 꽤 많이 들어가 있네요.
칼국수 2인분이 담긴 큼직한 접시에는 호박과 버섯, 대파가 함께 얹혀져 있습니다.
칼국수 면발은 접시에 담기 전 살짝 데쳐낸 듯 물기와 온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국물이 담긴 접시며 그릇들 모두 반짝반짝한 새 것이라는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 새 국물이 팔팔 끓기 시작했습니다.
면을 집어넣기 전, 국물에 조개 이외에 뭔가가 보여 집어 봤더니 감자가 들어가 있네요.
예전 기억으로는 분명 칼국수에 감자는 들어가 있지 않았던 것 같은데, 국물 색깔과 감자 등의 변화를 보면 재오픈 하면서 레시피가 살짝 바뀐 듯 합니다.
황부자 칼국수의 맑은 국물을 좋아했던 터라 감자가 들어가면 살짝 탁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즐겁게 접시에 담긴 칼국수 면을 투하했습니다.
다시 국물이 팔팔 끓으며 면이 익을 때까지 몇 분간 더 기다립니다.
단 몇 분인데, 조바심이 나서 면발을 조금 건져내 익었는지 확인해 보다가, 적당히 익었다 싶을 때 듬뿍 떠서 접시에 옮겨 담았습니다.
황부자 칼국수의 탱글탱글한 면발은 예전의 그 느낌 그대로 입니다.
사실 바로 전날, 구내 식당의 장칼국수 면발이 너무 불어 뚝뚝 끊기는 느낌이 있었기에, 황부자 칼국수의 탱글한 면발이 참 반가왔습니다.
국물 맛도 예전 같은 시원한 조개, 멸치 육수 맛입니다.
다만 들어간 조개의 씨알이 예전에 비해 살짝 작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얼핏 들은 정보로는 요즘 시기적으로 씨알이 작은 때라고 하며,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네요.
황부자 칼국수에 주차를 하고 들어올 때 주차장 한 켠에서 겉절이 담그는 일이 한창이었는데, 직접 담근 겉절이맛도 여느 칼국수 집 김치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살짝 칼칼하게 매운터라 칼국수와 함께 먹기 좋은 김치입니다.
아울러 저희는 황부자 칼국수 순한 맛을 시켰는데, 매운 맛은 다대기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청양고추가 칼칼하게 들어간 맑은 국물의 물총을 시켰으면 했는데, 늦은 점심을 먹고 온 터라 칼국수만 시킨 게 아쉽습니다.
그렇게 황부자 칼국수 2인분을 둘이서 뚝딱 비웠습니다.
역시나 감자가 들어가 예전보다 국물이 살짝 탁해졌고, 총총 썰려 있던 대파가 이제는 큼직한 덩어리째로 들어가 불편해진 점 등 예전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탱글한 칼국수 면발과 시원한 국물 맛은 여전히 극강이었습니다.
칼국수 국물도 진한데다 칼칼한 물총이 주 메뉴이다 보니 저녁 시간 소주와 함께 먹는 테이블이 많았는데, 저녁 9시까지만 영업하는 터라 부어라 마셔라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ㅎㅎ
맛있게 먹고 계산을 하면서 예전에 갑자기 문을 닫아 살짝 섭섭했다는 얘기를 했더니, 예전 위치의 건물주가 바뀌면서 갑자기 비워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후 황부자 칼국수를 재오픈할 새로운 장소를 찾고 건물을 짓는 등 준비를 쭉 해왔다고 하시는군요.
예전 자리에 비해 훨씬 넓어진 주차장과 넓직한 테이블 공간에, 시원한 칼국수와 물총을 다시 즐길 수 있게 되었고, 대전에 지인들이 놀러올 때마다 꼭 데려갈 생각입니다
직접 돈 내고 사먹은 뒤 작성한 후기입니다.